[판결] "국가, '간첩 누명' 쓴 납북어민 유족에게 배상하라"
서울중앙지법, "1억7000여만원 지급하라"
53년 전 북한으로 납치됐다 풀려났지만 간첩 누명을 쓰고 옥고를 치러야 했던 어민의 유족들이 국가로부터 1억7000여만원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김명수 부장판사)는 사망한 A씨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0가합609861)에서 "국가는 유족들에게 총 1억7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1968년 5월 서해 연평도 근해 해상에서 조업을 하던 중 납북됐다가 다행히 같은 해 10월 인천항으로 귀환했다. 그런데 A씨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조업을 했다는 이유 등으로 반공법과 수산업법 위반, 군기누설 혐의 등으로 곧바로 긴급구속됐다. A씨는 이후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 받자 항소했지만 기각됐고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1969년 12월 형기종료로 석방됐지만, 이후 1979년부터 1990년까지 보호관찰처분도 받았다.
A씨가 2006년 1월 사망하자 A씨의 유족들은 2018년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2019년 7월 "A씨와 공동 피고인들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진술조서 등은 장기간 불법구금과 가혹행위 등으로 임의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진술을 담은 것으로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유족들은 지난해 12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로 수집한 증거에 기초해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불법구금 등으로 임의성 없는 진술을 했고 이를 기초로 A씨에 대한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며 "이로 인해 A씨는 398일간 구금되거나 그 이후 오랜 기간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고, 이후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점에 비춰 당시 수사관들의 불법행위로 A씨와 유족들은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족들은 이미 형사보상금으로 총 1억1100여만원을 지급 받았다"며 "A씨에 대한 국가기관의 불법구금과 자백강요 등 불법의 정도가 중한 점 등을 고려해 국가는 유족들에게 고유 위자료와 상속분을 합해 총 1억7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국가와 유족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